2024년 2월
귀공자
기대 안 하고 보니 재미있었다.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 '코피노'인 강태주(마르코 역)는 권투를 하며 파이트머니를 벌어 병든 어머니를 돌보고 한편으로는 코피노센터를 통해 한국인 아버지를 찾는다.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가 자신을 찾는다고 하면서 양복을 입은 사람들에게 반강제로 한국으로 가게 되는데 김선호(귀공자 역)가 나타나 이상하게 웃으며 반갑다며 친구라고 한다.
죽기 직전으로 병상에 있는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김강우(한이사 역)가 이복동생 마르코를 부른 것이었고, 이 집안 유산을 둘러싼 음모가 있었다. 주인공과 그 남매들과 '친구' 김선호는 돈의 승리를 위해 죽고 죽인다.
초반 고아라가 필리핀에서 마르코에게 말 붙이는 것부터가 안타까웠다. 그 뒤 한국에서의 씬도 그렇고 액션영화에서 연기가 별로였다. 항상 왜 그럴까?
이 영화에서 캐릭터는 시크한데, 전개도 어설픈 것이 연기의 어설픔을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SM의 옛 유망주들은 안타까움을 준다.
반면, 어디서든 주인공을 보고 있는 김선호는 광인의 역을 잘 소화해 낸 것 같다. 한 번씩 보이는 어설픈 모습은 개그콘서트급은 아니라서 괜찮았고 광인의 모습과의 스위치로 더 감칠맛을 주었다. 영화적 약속으로, 갑자기 중요한 장면에 나타나거나 웬만해서는 총알을 잘 피하는 비현실성도 비위를 거스르지 않았다. 나중에 친구라고 했던 이유가 밝혀진다.
김강우는 정말 싸이코 재벌집 아들 역은 너무 잘한다.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볼 때마다 감탄이다. 언젠가는 다른 역에서 초대박 빅히트를 치기 바란다.
김선호와 김강우의 연기에 가려서 다른 사람의 연기는 보이지도 않았다.
평범하지 않은 재벌에 대한 묘사와 특히 김강우의 고등학생 여동생까지 심상치 않았다.
박훈정 감독은 <신세계>와 <마녀 1, 2>의 감독인 것은 알았는데,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극본을 쓰기도 했었다. 그 이후에는 각본과 감독을 같이 했었고, <브아이피>부터는 제작, 각본, 감독까지는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대단한 사람이다.
처음엔 '도망자' 소재인 줄 알았는데 '재벌유산상속다툼' 소재였는데 화면은 계속 액션이다. 초중반은 계속해서 도망가는 마르코의 시점으로 겁을 주고 긴장을 시켰다. 카레이싱 장면도 좋았다. 근래에는 한국 영화에서 보기 쉽지 않은 것 같다. 후반에는 영화 아저씨의 원빈처럼 김선호의 원맨쇼였다. 액션으로...
엔딩의 신파와 아재개그는 아쉬웠다. 더 고민해서 특이한 것을 넣었더라면 회자되기에 좋았을 텐데... <독전>처럼.
오베라는 남자
첫장면 꽃집에서 물건값과 할인에 대한 판매점의 방식에 수긍하지 못하고 화를 내는 장면부터 주인공으로부터 꼰대 느낌이 났다. 근데 나중에는 이웃이나 다른 사람에 대해 엄격하기는 한데 마지못해 해 주기도 하고 츤데레이기도 하고, 다른 모습이 서서히 보인다.
오베는 59세로 43년 다닌 회사에서도 해고를 당하게 되어 6개월 전 죽은, 그의 전부이자 삶의 이유였던 아내의 곁으로 따라 가려고 하는데 그때마다 일이 생겨 이사 온 옆 집 가족을 도와주거나 이웃의 요청에 흔쾌히는 아니고 화를 내면서 또 툴툴대면서 결국 다 도와주면서 죽으려는 노력은 번번히 실패한다. 하지만 거꾸로 행복을 점점 찾는다는 내용이다.
주차나 분리배출 기타 규칙이나 공공질서를 엄격히 판단하여 처리를 한다. 처음에는 사회성 제로인 외골수로만 보였다. 죽으려고 할 때 생각나거나 다른 일이 생겨서 생각나는 과거의 회상에서 어릴 때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 아내와의 기억과 스웨덴차 사브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는 그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된다.
원래 아버지가 사브차 추종자여서 그대로 물려 받은 오베는 다른 차를 가진 타인에 대해서는 혐오를 표시한다. 그렇게 친해도 볼보를 몰자 무시하고, BMW나 아우디를 몰면 마찬가지로 펄쩍 뛴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소냐는 아무 것도 가진 게 없는 그를 사랑으로 구원해 준다. 스웨덴의 평강공주가 되어 오베가 열차청소부에서 주택기술자가 되는 걸 돕고 결혼까지 한다. 이런 여자가 없다.
스웨덴도 친밀의 표시로 아는 어린 아이의 볼을 엄지와 검지로 살짝 잡고 흔드는 장면이 나온다.
공무원에 대한 불신, 사무직들에 대한 불신이 있다. 과거에 그랬고, 현재에도 그들과 부딪힌다.
이웃사촌과 카페에 가서 예전 아내와 먹던 나폴레옹케이크를 주문하는데 뭔지를 모르겠다. 못 들어 본 것이다.
그리고 아내의 손을 잡을 때 먼저 검지만 잡는데 이유가 있나?
작위성 없이, 자살을 여러 번 시도하지만 그것과 달리 기분 좋은 웃음을 주는 영화였다.
보다 보니 색감이 짙은 민트색 청록색이 굉장히 많이 노출된다는 것을 느꼈다.
오베가 유일하게 입는 양복, 그가 타는 차 사브, 임신했을 때 아내와 스페인 여행 갔을 때의 임부복, 수영장물 색, 숙소의 커튼색 그리고 마지막 크레딧의 색깔까지... 결국 스웨덴 국기 색깔이었다. 이건 원작을 안 읽어 봤는데 혹시 영화감독의 연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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