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 스포.
레트로, 복고에 대한 붐이 있었는데, 회자되는 드라마 중에 MBC의 <질투>가 있었다.
트렌디 드라마의 효시이고 이후 이런 스타일의 드라마가 봇물처럼 나왔다.
92년 3월 서태지 1집이 나오고 석 달 이후 질투가 방영되었다.
92년 6월 질투
92년 11월 내일은 사랑
93년 9월 파일럿
94년 1월 마지막 승부
94년 6월 사랑을 그대 품안에
94년 7월 느낌
역시 일본 트렌디드라마로 히트쳤던 <도쿄 러브스토리>도 오래 전에 보았는데, 유사하다고 했던 이 우리나라 드라마 질투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다.
일본 드라마 도쿄 러브스토리의 표절이었다고 논란이 있어서 이 질투에 원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윤명혜의 원작 소설 <질투>가 있었다.
크레딧을 보니 기획은 <허준>, <대장금> 등 사극의 대가 이병훈 pd였다.
1회부터 뜸들이지 않고 사랑이 달달하게 나왔다.
언제 나오나 했는데 유승범의 주제곡은 엔딩 때 나왔다.
표절보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가요톱텐인가 음악방송에서 가수가 라이브로 부르는데 음이 올라가지 않아 힘들어 했던 것을 실제로 보았던 것이었다.
그런 장면은 흔치 않았던 것 같다.
그 때의 충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이었는지 그 이후 음악방송에 거의 나오지 않고 나오더라도 립싱크했다고 알고있다.
드라마에서 OST를 듣다 보니 첫부분이 원래 듣던 것과 달랐다. 표절이어서 수정한 것인가?
3회부터는 시도 때도 없이 그리고 여러가지로 변주되어 드라마에 삽입된다.
이응경
최수종이 최진실과 삼각관계로 갈등하는 여자인 이응경은 피자인이라는 피자가게를 운영하는데 20년 전에도 PPL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프랜차이즈는 잘 안 됐는지 97년에 철수했다고 한다.
특이하게 13회에서는 피자인 주방장인 맹상훈과 이응경을 도와주는 이미경이 이 피자집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작가가 파격적인 여러 설정과 장치들을 많이 보여준다. 크든 작든.
이 피자인 말고도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굉장히 많이 노출되었다. 좀 어수룩했던 게 고객이 구매하는 물건들을 포스에 찍지도 않고 점원이 합계금액을 얘기하기도 하고, 외상도 있었다.
여성복 쎄스티도 좀 나왔던 것 같다.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에서 많이 보다가 여기에서 보니 훨씬 예뻤다. 하긴 그러니 트렌디 드라마 주인공이었지.
최수종을 만나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주체적인 모습, 주장있는 모습이었다.
또, 현대물에서 남주가 연상을 사랑하는 것은 당시에 드물지 않았나 싶다.
조용하고 정숙한,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고 이응경이 재테크 등에 능력이 있었고 실력자들에 대한 인맥이 있어서 지지부진했던 최수종의 일도 해결해 주는 것도 의외였다.
다만 질투를 한다든지 애정 면에서의 다른 모습은 없었다.
최수종이 최진실에게 거의 넘어가는 막판에는 출연씬도 거의 없었다.
트렌디 드라마
트렌디 드라마는 성향상 제한된 인원인 남여주연 몇몇끼리 서로의 사랑들을 풀었다가 얽었다가 했다. 삼각, 사각 그리고 크로스.
썸, 밀당이 큰 요소이다.
주제곡과 함께 빠른 전개로 속도감을 줘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최진실의 어머니로 나오는 김창숙은 작가인데 눈치 안 보고 흡연하는 것이 자주 노출되는 것도 드라마 작가의 의도 같았다.
또 최진실도 취직하자마자 차를 구입하고 운전하는 모습이 자주 나오는데 이것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하다.
8회에서 비가 오는 가운데 최진실과 최수종이 서로 엇갈리는, 유명했다는 에피소드는 표절의 대표적인 증거라고도 하는데, 그렇기도 하지만 비를 너무 많이 뿌린 것 같다는 인상이 나에게는 오히려 깊었다.
근데 이응경과 잘 사귀고 있던 최수종이 뜬금없이 최진실을 만나자고 해서 서로 엇갈리는 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촉박했나? 개연성 없이 베낀 것인지. 설득력이 없었다. 그 전까지는 이응경을 잘 만나고 있었다.
이것과 함께 9회에서 이효정이 잠들어 버린 자기를 대신해 집에까지 와서 밤새 일 해 준 김혜리에게 자기 집열쇠를 주는데 이것도 일본이나 미국식 아닌가?
또, 엘지와 두산전 야구장에 간 최진실 커플과 최수종 커플간의 각자의 응원팀에 대한 유치한 다툼이 굉장히 민망했다. 그 이후 레스토랑에서도 그렇고. 너무 오글거렸다. 과한 설정이다.
근데 야구 경기가 끝난 후에 관중이 경기장에 들어가 선수에게 가져간 야구공에 사인을 부탁하는 장면이 나온다. 최진실도 선수로부터 사인 받아 온다. 그 땐 경기 끝난 구장에 들어가도 되었나보다. 아니면 무질서해서 그랬던지.
최수종
후반부에서, 최수종이 귀국한 최진실에게 미국에서 찍은 사진을 달라고 해서 액자에 넣어서 자기 집 책상 위에 둔 건 최수종의 친구 말처럼 양다리인데, 그 뒤에 이응경과 최진실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설득력이 없어보였다. 썸 관계를 부정하고 항상 친구 관계라고 말해 왔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최진실은 항상 활기찬 모습이지만 최수종은 힘 없는 목소리이고, 걱정도 많았다.
최수종은 사랑에서는 갈팡질팡하고 아니 양다리를 걸치는 면이 보기 좋은 것은 아니었으나, 직업적으로는 지금으로 치면 벤처회사에 입사한다. 정말 앞서가는 트렌드가 아닌가?
당시에는 건방지다고들 할 수 있었던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장면도 잦았다.
반대로 5회인가에서 최진실이 자기 회사에서 (정기적인)회의를 앞으로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하자고 제의해서 놀랐다. 물론 30년 전인 걸 감안해야 하지만, 작가의 생각인지.
최진실의 과외 선생님이었다가 잘 나가는 변호사로 나오는 이효정은 최진실의 친구인 이혜리와 사랑하게 되는데 이혜리도 무척 예쁘고 발랄했다. 이후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최수종과 이혜리는 재회한다.
이런 드라마에서 항상 이해 안 되는 부분은 불 끄고 조명 없이 통화한다는 설정.
실제로 많이들 하나?
답답하고 이상할 것 같은데, 작가들은 감수성이 풍부해서 많이들 경험이 있는 것인지...
중후반에는 스토리가 늘어지는 경향, 어설프 편집
중반 이후에는 로맨스가 늘어지니 출연자마다의 다른 에피소드 등을 갑자기 삽입한다.
2쌍이 결혼하는데 연애도 별로 하지 않고 급결혼하는 것 같다.
또, 9회에서는 뜬금 없는 유도장에서의 촬영이 있었다. 한복을 입고 유도하는 건 작가의 애국심의 발로인지. 근데 은근히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라고 잠시 느꼈다.
후반부에는 최수종이 이응경을 배제한 것 같이 대놓고 최진실과의 사랑을 얘기하는 것 같아 이상했다.
이응경과 헤어진것도 아니었다. 극 중 다른 설명도 없었다.
30년 전 꺼라 이제 보니 기술적으로도 그렇고 내용상으로도 그렇고 시간에 쫓겨서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은 장면들이 많이 보여서 안타까웠다. 일부 편집이 어색해서 아쉬웠다.
막판이 되니 건반악기 다이나톤 협찬으로 줄거리가 잠시 산으로 가고, 미국에서 온 남자가 최진실에게 프로포즈 하려다 별 진전 없이 짧게 끝나기도 한다. 쓸데 없는 삽입 같았다.
그래도 참을 수 있었던 것은 그전까지 드라마 보다는 CF에서 큰 두각을 나타냈던 최진실로 알고 있었는데 연기가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보기에는 상대적으로 최수종은 좀 어색해 보였다.
한때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남녀관계를 위협하고 시험하는 장치로 쓰이던 게 유학이나 연수였는데 결국 여기에도 나온다.
최진실은 그렇게 진취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해외로 나갈 때 최수종이 자기를 잡아 주길 바라는 올드한 모습을 보여서 결국 절반의 진보였다. 사랑에 대해서는 올드한 모습이 여전했다.
1회부터 잠시였지만 아는 인물이 보였는데 종료 때 크레딧을 보니 '종말이' 곽진영이었다. 은행원으로 잠시 나오는데 9회에서는 최진실의 회사 동료로 잠시 나온다.
박형준도 최진실의 회사동료로 잠시 나온다.
이의정이 최진실 아역으로 나왔다. 얼굴이 조금 달라서 긴가민가했다.
7회에서 김창숙이 '아아'를 먹는 듯 했다. 갈색 음료가 든 유리 잔에 얼음을 집어 넣는 장면이 있었다. 아아도 이렇게 오래된 것인지.
빙상장에서의 씬들은 좀 위험해보였다. 유쾌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넘어지는 장면을 요구한 것으로 보이는 연출은 좀 지양했어야 된다고 강하게 느꼈다.
마지막 16회의 회전씬은 많이 알려져 있어서 큰 감흥이 없었지만 그것 말고 NG모음을 삽입한 것은 신선했다.
16회를 다 보니 숙제를 끝낸 듯 후련했다.
2시간 정도 분량으로 축약해서 보면 훨씬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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