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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서

일요일 당황, 황당 3건

by 봄을 기다리는 개구리 2022. 10. 13.

 

2021.12.26.

 

1.

새벽 버스 안.

내릴 때가 되었다.

앞쪽에 앉아 있던 아저씨가 하차벨을 누르고 운전석 쪽으로 가서 기사와 뭔가 얘기를 하는 듯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문 앞에 섰다.

버스가 정류소를 그냥 지나쳐 버렸다.

멍하니 있다가 놀랐다.

 

운전석 쪽을 보고 기사님! 내립니다!라고 말했다.

기사가 다음에 내리라고 하는데 무슨 말이냐고 난 속으로 생각했다.

 

앞의 그 아저씨가 자기가 벨을 눌렀다고 했다. 내게 그리고 기사에게 변명하듯이.

다행히 기사가 버스를 멈추고 내려주었다.

 

새벽에 황당하고 당황했다.

버스에서 내려서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면서 생각했다.

 

아마도, 그 아저씨는 하차벨을 눌렀지만,

기사에게 다가가 하차할 정류소에 물었을 것 같다.

대화하면서 잘못 누른 걸 알고 기사는 그냥 지나치려 했는데

그때 나를 못 보았던지, 봤더라도 이 정류소에 내려야 할 사람이라고 생각 못 했던 것 같다.

다음 정류소에 내리는 승객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다음에 내리라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 내리는 것 아니냐는 말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어두운 새벽의 해프닝에 당황한 마음이 금방 가라앉지 않는 순간에도

이어폰을 끼고 있어서

내려달라고 말한 것이 좀 크게 들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2.

누워 있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당황해서 황급히 나섰다.

어제저녁 당근에서 나눔이 있어서 오늘 아침에 만나기로 했는데 정신 차린 게 약속 시각쯤이었다.

그나마 매우 가까운 곳이어서 부리나케 약속 장소에 가니 5분 늦어 있었다.

 

약속한 건물에 가니 공사하는 곳만 있고 아무도 없었다.

장소에 나왔다고 채팅을 남기고 채팅창을 봐도 나눠준다는 사람의 답이 없었다.

 

1분간 배회하다 안 되겠다 싶어서 전화를 했다.

전화를 안 받았다.

아, 틀렸다고 생각했다.

바람맞나?

 

포기하려는데 늦게 늦게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알려주는 곳에 가서 물건을 받았다.

부랴부랴 나와서 5분 늦어서 미안한 마음이었다가

고요한 일요일 아침부터 공칠 뻔하고서 당근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3.

운 좋게 무료 나눔 물건을 가지고 기분 좋게 돌아와

생각난 김에 1주인가 2주 정도 전에 당근에 올린 판매글을 끌올하고 좀 있으니

채팅이 들어왔다.

대뜸 전화번호를 남기면서 통화를 하자는 것이었다.

그때 당근 어플에서는 통화하지 말고 안전하게 채팅으로 하라는 안내문도 같이 떴다.

 

전화하지 않고

궁금한 것이 무엇인지 채팅으로 물으니 답이 없다.

1분 뒤 답.

1분 뒤 물음.

이렇게 1분간의 인터벌을 두고 질문이나 답을 해 왔다.

뭔가 바쁜 일 하는 와중에 채팅하는 것일까?

 

약속을 하고 장소에 가서 기다리니 초로의 아주머니.

혹시나 하여, 파는 커피는 원두가 아니고 분쇄커피라고 강조했다.

놀라며 원두 아니냐고 했다.

아니라고 당근에 올린 사진 속 상품 겉면의 분쇄커피 문구를 보여주려 했는데

그냥 미안하다고 한다.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채팅이 느리고, 채팅 내용도 뭔가 좀 달랐다는 것이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돌아와 혹시나 하고 다시 보니

내가 올린 글 본문에도 분쇄커피 문구가 있다.

그 아주머니는 원하는 글자 '커피'만 열심히 본 것이었다.

 

 

일요일 새벽부터 아침까지 간헐적 당황, 황당 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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