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2.13.
이른 새벽 전철역의 벤치에 앉아 있는데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니 좀 전 옆에 앉은 20대 남자가 나를 보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건데 길게 보면 오해살 거니 눈을 돌렸는데
그래도 시선이 느껴져서 다시 고개를 돌려 봐도 나를 보고 있었다.
평범한 눈길이 아님을 직감하고, 아! 싶었다.
뭔가 다른 게 느껴져서 이어폰을 빼니 나에게 말을 걸었다.
배고파서 빵 사먹으려는데 돈이 없다, 3천 원만 달라는 것이었다.
없다고 했다. 실제로 없었다.
실제로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만 있고, 현금이 없었다.
평소에도 지갑도 현금도 갖고 다니지 않는다.
몇 년 된 것 같다.
한 번 더 레퍼터리를 읊기에 나도 이전과 똑같이 저도 돈이 없어요, 하나도...라고 말했다.
진심임을, 진실임을 눈에 담아 말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낀 이어폰을 두고 음악은 꺼서 돌발사태에 대비해야 했다.
다행히 승강장에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왔다.
하지만 뭐 일이 생기려면 사람이 있든 말든 무슨 상관.
힘을 빼고 긴장하고 있다가 전철이 오고서야 안심하고 천천히 탔다.
아무 일도 없었다. 다행히.
오랜만의 사람에 대한 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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